교회에 오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야외 농구장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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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일 오늘은 슈퍼볼 선데이. 미국에서 가장 바쁜 선데이 오후다. 1월 잦은 비 소식 때문에 한 주 연기된 교회 뒷마당 청소 일정이 오히려 미국에서 가장 TV 시청률이 높다는 미식축구 챔피언십이 열리는 날과 겹쳐버렸다. 그래도 이미 여러 차례 광고가 나간 일이라 계획한 일정대로 교회 뒷마당 청소를 하기로 하였다.
우리 교회 빌딩 뒤에는 꽤 넓은 공터가 있다. 그동안 사용하지 않은 폐쇄된 공간이어서 많은 성도가 잘 알지 못하지만, 예전에는 아이들이 농구도 하고 친교도 했던 공간이었단다. 그러던 공간이 어느 때부터인지 모르지만. 건물 안에서 끄집어낸 중고 물품들과 부서진 책상과 의자들이 하나둘씩 쌓여가더니 금세 그 넓은 공간 한켠을 차지하고 지금은 거대한 야외 창고처럼 변해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수북이 자란 풀들과 정체불명의 쓰레기들이 대신 그 자리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었다.
청소하기로 약속한 1시 15분이 가까워지자 시설관리팀원들과 사역자들이 분주하다. 작전명 “일꾼 구하기” 뻔히 1년에 한 번 있는 슈퍼볼 날 왜 이런 것을 하는지….야속한 마음도 있었겠지만 기쁜 마음으로 성도들이 약속된 장소로 모이기 시작했다. 역시 우리 장로님들이 제일 앞장서서 움직여 주신다. 그러더니 생각지도 않은 중고등부의 학생들이 대거(?) 농구장 쪽으로 오는 것이 아닌가? 반강제로 왔다고 하기에는 아이들 표정에서 즐거움이 너무 넘친다. 청소하라고 하는데 이렇게 신이 나는 아이들이 있을까 싶다. 사실 이 공터를 청소하는 이유가 아이들의 농구장을 만들어 주려고 시작한 일이니 신 날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그런 생각도 잠시, 아이들이 손에 잘 맞지도 않는 공사용 빨간색 장갑을 서로 달라서 끼더니 어느새 청소가 시작되었다. 깨진 유리 조각부터 자신의 키에 몇 배는 될 만한 나무까지 서로가 힘을 합하여 그 넓은 공간을 치우기 시작했다. 작업반장도 없었지만, 자신의 분량에 맞게 초등학생들은 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줍고, 중학생들은 나뭇조각들을 버리고, 그래도 덩치가 있는 고등학생들은 어른들과 함께 무거운 가구들과 물건들을 쉬이 나른다. 다행히 슈퍼볼이 시작하기까지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온갖 잡동사니로 뒤덮인 곳에서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다. 미국에서 쉽게 맡을 수 없는 오물 썩은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표정이 재미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도 도망가거나 싫은 기색 하나 없이 끝까지 남아서 교회를 치우는 모습이 기특해 보인다.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고 아이들은 새롭게 단장된 공터에서 농구 골대를 세우느라 정신이 없다. 이제 아이들에게 교회에 오고 싶은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게임과 컴퓨터에 몰두해 있는 아이들이 이제 밖으로 나와 신선한 공기도 마시며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공간을 통해 휴식도 취하고 성도들이 함께 교제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면서 자라난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영성을 소유한 하나님의 사람들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