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회복을 꿈꾸는 이들 아버지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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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2월 14일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진 날이었다. 솔로에게는 애간장을 태우게 하고 연인에게는 서로에게 사랑을 속삭이며 마음을 전달하는 발렌타인 데이 뿐 아니라 민족 최대의 명절 중 하나인 설날, 그리고 여기에 건강한 가족을 꿈꾸며 모인 아버지들의 모임인 아버지학교까지 사랑이 넘치는 가족을 위한 스페셜 이벤트가 세 개나 준비된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어서 어색하고 쑥스러울 수도 있지만 훌륭한 아버지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모인 자리인 만큼 단결된 마음으로 각자 배정된 조에서 최선의 모습을 다하는 모습이 보인다. 조 이름, 구호, 포스터를 만들면서 더욱 더 단결되며 역시 최고의 아버지를 꿈꾸는 이들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자신을 소개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쑥스러워 하면서도 할 말은 다하는 우리의 아버지들을 보면서 마음 속에 있는 가정에 대한 사랑도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 학교에 오게 된 이유도 가지각색. 자발적으로 아이들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아내와의 더 좋은 관계를 위해 오신 분들도 있었지만 발렌타인 데이 선물로 아버지 학교를 가라며 아내가 억지로 보냈다는 분, 밥 준다고 해서 오신 분, 난 최고의 아빠라고 생각하며 그냥 한번 확인해 보려고 오신분, 정말 어려운 관계 속에서 마지막 희망으로 찾아오신 분…… 너무도 많은 이유와 사연으로 모인 자리였다.
회복을 위한 많은 강사님들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늦은 시간에 하루 5시간 이상 진행되는 프로그램에서 지칠 법도 하지만 너무도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아버지들이 존경스럽다. ‘항상 나는 가정을 위해서 이렇게 행동했는데 이게 가정을 위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아버지의 영향력이 이렇게나 엄청난 것이었구나!’ 이제까지 몰랐던 자신들의 아버지로서의 모습에 다시 한번 놀라고 반성하게 된다. 강의 내용 하나 하나가 다 자신의 얘기를 하는 듯 마음 속에 다가오고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아버지학교는 말 그대로 학교이다. 그래서 아버지 학교에는 숙제가 있다. 숙제 얘기가 나오자 어릴 적 모습 그대로 여기 저기서 탄식이 흘러 나온다. ‘아……. 조금만 줄여 주세요, 다음에 하면 안돼요?’ 역시 어른이나 아이나 숙제는 싫은 모양이다. 하지만 아버지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숙제이다. 숙제를 하면서 나의 지난 모습들을 돌아볼 수 있게 되고 앞으로의 나의 모습을 계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숙제를 발표하는 시간. 무뚝뚝해 보이고 한없이 강할 것만 같던 우리 아버지들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진다. 후회와 미안함과 아쉬움에 말을 잇지 못한다. 앞에서 발표하지 않는 다른 아버지들의 눈에 눈물이 맺히긴 마찬가지이다. 평생을 참고 또 참기만 했고 참는 것만을 미덕으로 생각했던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에 이토록 여린 모습이 있다는 것에 많이 놀랐으며 또, 그렇게 마음을 숨기며 살아야 했던 그 모습을 이제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지막 날 그 동안의 모든 시간들을 정리하며 함께 잔치로 참여하는 시간. 각각 훈련생 아버지들이 준비한 음식들로 서로 나누며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서로 나누는 시간 속에서 더 친밀함을 느끼며 함께 좋은 아버지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또한, 이 자리에는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 있기에 더욱 행복하다. 여기저기서 웃음 소리와 사랑의 말들이 오고 가지만 은밀한 중에 꼬집고 서로 압력을 가하는 부부도 있었다. ‘빨리 지금이라도 아내에게 쓰는 편지 써요.’ ‘아, 알았다고.’ 역시 사람들은 가지 각색이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들 가운데서도 부인할 수 없는 사랑이 있음에 더 아름답게 보인다.
가정의 회복을 향한 새 희망과 함께 섬김의 자세로 돌아가고자 다짐하는 축복된 순간. 힘들게 살아 온 순간 속에서 함께 울고 웃던 부부이지만 감사의 말과 행동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던 지난 날들이 너무도 미안하고 고생한 흔적들에 안쓰럽다. 서로 간에 그냥 참기만 하고 돕지 못했던 날들.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오해 속에 힘들어 하던 시간들. 짧은 순간의 다짐으로 그 모두가 변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의 삶에 더 큰 기쁨과 행복을 그릴 수 있음에 더욱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2주 동안 총 20시간이 넘는 과정 속에서 우리 아버지들은 새로 태어났다. 가정을 회복시키는 것은 바로 우리 아버지들에 달려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 행복을 지켜나가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곳으로 지켜나가야 함을 알기에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한 순간에 모든 습관을 버리고 새롭게 변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언제나 묵묵히 이겨내던 우리의 아버지들 이기에 우리는 다시 한번 기대할 수 있다. 서로 위로하며 안아주는 가정,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 땅의 가장 아름다운 그 곳, 가정을 꿈꾸며 오늘도 우리 아버지들은 다짐한다.
‘주님, 제가 아버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