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야기

침재-팀채-딤채-김채 아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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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세계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김장 문화를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어렸을 때 겨울철이 되면 동네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겨울 월동준비를 위해 커다란 빨간 고무통에 엄청난 양의 김치를 절이고 김치속을 만들고 하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김장 하는 날은 잔칫날이다. 평소 잘 볼 수 없었던 동네 식구들도 한 집에 모여 김장을 거들고, 이웃 간의 삶의 이야기도 나누며, 옆집 친구들과 온종일 신이 나게 놀 수 있었던 날이다. 그렇게 하루 종일 김장이 끝나고 나면 모두가 모여 보쌈을 만들어 온종일 애쓰신 분들과 풍성한 저녁 식사를 했던 기억이 우리에게는 많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김장을 통해 이웃과 가족 간의 풍성한 나눔과 섬김 그리고 사랑을 배우며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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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LA사랑의교회에서도 8기 사역반 식구들을 중심으로 김장 담그기 행사가 열렸다. 8기 사역반 식구들이 12월을 맞아 연말연시에 우리의 이웃들과 작은 사랑을 나누고자 시작한 행사였다. 각기 바쁜 이민생활의 현장에서 하루의 쉼조차도 반납하고 내가 아닌 이웃을 위해 모인 것이다. 전날 내린 폭우와 급격히 떨어진 온도로 조금 추운 날씨였음에도 이미 김치를 담그는 현장은 고춧가루의 화끈한 냄새와 8기 사역반 식구들의 열기로 뜨겁다. 이미 며칠 전부터 절여둔 배추와 각종 재료, 그리고 준비한 김치 병들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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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김장은 역시 기도로부터. 토요새벽 연합예배가 끝나고 야외친교공간 한 편에 마련된 김장 부스에서는 벌써 분주함이 느껴진다. 벌써 6개월은 매주 만나 훈련받은 지체들이기에 이미 손발이 착착 맞는다. 누구 하나 지시하는 자 없어도 마치 연극 무대와 같이 자기가 해야 할 일들을 정확하게 해낸다. 아직 배추도 버무리지 않았는데 한쪽에서는 돼지고기 냄새가 요동친다. 그렇다. 보쌈에 먹을 그 돼지고기다. 아직 점심이 되려면 멀었건만 한쪽에서는 수고한 지체들을 먹이기 위해 된장찌개와 보쌈김치, 그리고 생굴 김치가 쓱썩 쓱썩 버무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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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사를 계획할 때만 해도 다 만들고 나면 바자회를 통해 수익금을 얻고 이웃을 돕는 일에 사용하려고 했는데 김장 냄새를 맡은 교인들이 몰려와 그만 김치도 버무리기 전에 다 팔려 버린 진풍경을 빚었다. 결국, 당일 준비한 것은 바자회에 올려놓지도 못하고 다시 날짜를 잡고 담그기로 했다. 이렇게 하루에 끝날 줄 알았던 김장이 결국 며칠에 걸쳐 마무리되었다. 밤 늦게까지 이어진 김장 담그기에 몸은 고되지만 사랑을 전하는 일이기에 마음은 가볍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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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며칠에 걸쳐 준비한 김장 김치들은 투명한 김치병에 정성스럽게 담아 교회에서 준비한 쌀과 과일과 함께 어려운 이웃들에게 모두 전달하게 된다. 8기 사역반 식구들의 사랑의 마음이 추운 겨울, 이웃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고 주님의 사랑을 나누는 귀한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치라는 단어가 생기기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김치무리를 지(漬: 적실, 물에 담글→지)라 하고,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는 소금에 절임을 지염(漬鹽)이라고 하였다. 조선시대 중중때 “벽온방에 “싄 무우 딤채국(菹汁)을 집안 사람이 다 먹어라”라 하니, 저즙이 우리말로 딤채국이다. 『훈몽자회(訓蒙字會)』(1516년)에는 ‘저(菹)’를 ‘딤채 조’라고 하였다. 채소를 소금에 절여 두면 채소 속의 수분이 빠져 나와서 소금물이 되고 채소는 소금물 속에 침지 되므로 여기서 “침채(沈菜)”라는 말이 나온 것 같다.

그런데 왜 ‘침채’가 ‘김치’라고 부르게 되었나?

박갑수는 ‘침채’가 “팀채”가 되고, 이것이 다시 ‘딤채’로 변하고 ‘딤채’가 구개음화하여 ‘김채’가 되었으며, 이것이 다시 구개음화의 역현상이 일어나서 ‘김채’로 변하여 오늘날의 ‘김치’가 된 것으로 풀이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