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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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살면서
한 번쯤 이혼을 생각해보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으랴.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못 살 것 같던 날들 흘러가고
고민하던 사랑의 고백과 열정 모두 식어가고
일상의 반복되는 습관에 의해 사랑을 말하면서
근사해 보이는 다른 부부들을 보면서
때로는 후회하고 때로는 옛사랑을 생각하면서
관습에 충실한 여자가 현모양처이고
돈 많이 벌어오는 남자가 능력있는 남편이라고
누가 정해 놓았는지...
서로 그 틀에 맞춰지지 않는 상대방을 못 마땅해 하고
자신을 괴로워 하면서
그러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면
다시 시작하기 귀찮고
번거롭고 어느새 마음도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아.
한 번쯤 헤어지자 작정하고
아이들에게 누구하고 살거냐고 물어보면
열 번 모두 엄마 아빠랑 같이 살겠다는
아이들 때문에 눈물 짓고
비싼 옷 입고 주렁주렁 보석 달고 나타나는 친구
비싼 차와 경치 좋은 곳에 별장 갖고 명함 내미는 친구
까마득한 날 흘러가도 융자받은 돈 갚기 바빠
내집 마련 멀 것 같고
한 숨 푹푹 쉬며 "애고,내 팔자야" 하고 노래를 불러도
어느 날 몸살감기라도 호되게 앓다보면
빗길에 달려가 약 사오는 사람은 그래도
지겨운 아내, 지겨운 남편인걸...
가난해도 좋으니 저 사람 옆에서 살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하루를 살고 헤어져도 저 사람의 배필 되게 해달라고
애원하던 날들이 있었기에
시든 꽃 한 송이, 굳은 케익 한 조각에 대한
추억이 있었기에
첫 아이 낳던 날 함께 흘리던 눈물이 있었기에
부모 상(喪) 같이 치르고 무덤 속에서도 같이 눕자고
말하던 날들이 있었기에
헤어짐을 꿈꾸지 않아도 결국 죽음에 의해
헤어질 수 밖에 없는 날이 있을 것이기에..
어느 햇살 좋은 날
드문드문 돋기 시작한 하얀 머리카락을 바라보다
다가가서 살며시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도 당신에겐 '나' 밖에 없노라고...
그래도 나에겐 '당신' 밖에 없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