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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 정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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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간절히 원하던 아기를 얻었는데 불행하게도,
백일도 안돼 아기를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낸 엄마가 있었습니다.
반년이 지나도록 망연자실한 그녀를 위로하는 말들이 이어졌습니다.

‘인연이 닿지 않는 아이였나 보다.
애초부터 세상에 안 나왔다 생각하고 다 잊어라’
요약하면 그런 식의 얘기들이었지요.
그들의 선의를 잘 알고 있지만 젊은 엄마는 고맙기보단
화가 치밀거나 뼛속깊이 서운하기만 했답니다.

그녀가 자기를 추스르기 시작한 건 어느 날 길을 걷다 우연히 들어간
정신과에서 의사가 던진 첫 질문, ‘그 아이 이름이 뭐였나요’ 라는 말을
듣고 나서부터 였다지요.

사람들은 아기가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엄마를
위로했습니다. 당연히 아무도, 백일도 안돼 세상을 떠난 아이의
이름을 궁금해 하지 않았지요. 아기의 이름을 말하면서 엄마는
아기가 자신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를 분명하게 느끼면서 또렷한
슬픔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의 아기가
세상에서 한 ‘존재’로서 인정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상대방에게 내 슬픔의 실체 그대로가 전달되고 흡수되었다는
느낌이 들면 모든 위로는 그것으로 충분하고 또 충분합니다.

내가 그렇다면... 다른 사람 또한 마찬가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