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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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어느 연구기관에서 서울 시내 중학교 학생들 가운데 2,000명을 무작위로 뽑아 그들의 가치관과
의식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들에게 물었던 질문 중 이런 게 있었다.
"너는 지금 너 자신이 생각하기에 얼마만큼이나 이 땅에 존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매우 가치 있다 ---> ⑤
대체로 가치있다 ---> ④
그저 그렇다, 잘 모르겠다 ---> ③
대체로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②
전혀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 ①
결과가 어떠했을 것 같은가?
⑤ ④를 응답한 학생은 전체 학생 중 27%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③ ② ①. 그저 그렇거나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다.
말하자면 73%학생들이 지금 이 땅에 존재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거나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다는 말이다.
요즘 청소년들을 보면 다들 똑똑하고 나름대로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내면 세계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그들은 현재의 삶에 대해서는 물론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지 못하다. 청소년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삐딱하거나 거친 이유도 어찌보면 이런 부정적인 원인
들 때문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겪기 시작한 공부에 대한 압박감, 남들과의 경쟁에서
앞서가야 한다는 부담감, 긴장과 스트레스, 결코 채워지지 않는 결핍과 부족에 대한 불만과 갈등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자존의식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거나 자존감을 상실하게 되어 자신이 쓸모 없는 인
간이라고 판단해 버리는 것이다.
아이들이 이렇게 된 데는 부모들의 영향이 가장 크다. 다들 한 둘 밖에 낳지 않기 때문에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자신의 전부를 건다. 그러다 보니 자식에 대한 기대수준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들은 '모든 것을 다 갖추어
주었는데 어째서 이 모양이냐'는 식으로 자녀들을 비난하고 남에게 뒤떨어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특히
어렵게 성장했던 부모일수록 자녀들을 더 심하게 압박하고 자신이 못다 이룬 것을 자녀를 통해 성취하려고 한
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느 순간, 자신이 최고가 될 수 없다는 것과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게 된다.
부모들 역시 자신의 자녀가 크게 기대할만한 아이가 아니라는 판단을 하게 되면서부터 자녀의 존재가치를
무시하게 된다. 심하면 자녀를 낳았다는 것 자체를 후회하고 그 후회를 다양한 표현을 사용하게 자녀에게 퍼
붓는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이같은 말을 듣거나 그런 느낌을 받게 될 때 절망하게 된다.
부모가 자녀에게 존재를 무시하는 말과 행동을 내보일 때 아이들은 그것을 부정하거나 반박하기보다 자신
의 내면 세계로 끌어들이고 자아부정의식을 갖게 된다. 자존감의 상실은 아이들을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사람
으로 만든다.
자녀는 부모에게 축복의 선물로 왔다. 그러한 선물을 공부 못한다는 이유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이
유로, 난도질하고 경멸해서야 되겠는가. 혹시나 내 자식이 부모의 속이나 썩이는 웬수덩어리가 되어 있다면 그
원인 또한 먼저 부모 자신에게서 찾아야 할 것이다. 교육 방법이 잘못 된 것은 아니었는지, 올바른 가치관을 심
어주지 못한 건 아닌지, 자식의 내면에 칙칙하고 어두운 기운을 불어 넣어 주었던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자존감이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이렇게 말해 주세요.
넌 우리집의 보물이야!
엄마는(아빠는) 너를 우리 집에 보내 주신 하느님께 항상 감사하고 있단다.
네가 있어 우린 모두 행복하단다.
널 낳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할 뻔 했니?
너는 어디까지나 너야.
남들이 뭐라고 하든 너는 너 나름대로 하면 돼.
엄마 아빠는 이 세상에서 네가 최고라고 생각해.
너는 이 세상의 어떤 것하고도 바꿀 수 없어.
이성호 교수의 '부모가 하지 말아야 할 21가지 말' 중에서